2008년 03월 17일
영어교사지망생의 푸념
World English라는 말이 있단다. 영어의 공용어로서의 위상과, 이제 영어는 단지 영미권 국가의 모국어에 그치지 않고 세계인 모두가 공유하는 언어라는 측면을 고려하자면 이상할 것도 없는 말이다. 우스운 점은 이 표현은 유독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화자들, 특히 영미권 거주자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거론되며,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화자들은 이를 아니꼽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럼, 아니꼽지. 사실 이 표현 안에는 자신들이 영어를 모국어로 한다는 것, 그리고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나라의 국민이라는 것에 대한 긍지와 오만이 함께 담겨 있다.
등식을 만들어보자.
Pretty girl = The girl is pretty.
World English = English is the world.
지나친 비약이라고? 결코 그렇지는 않을테다. 아마도 이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그 정도가 어떻든간에 이러한 등식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World와 English를 등치시키는 이 오만함은,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 타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재수없다. 그래, 너네 모국어가 영어라서 참 좋겠다.
그러나 요즘 한국 교육에서 영어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에게 영어가 그야말로 '세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임신기에 태교를 시작하면서부터 부모가 자녀의 교육에서 손 떼는 그 순간까지, 모든 자녀교육의 핵심에는 영어가 있다. 국어 못하면 이과 가고 수학 못하면 문가 가면 된다지만, 영어 못하면? 한국 땅에 설 자리가 없다. 심지어 초등학교에서도 영어 실력에 따라 반이 나뉘는 마당에, 영어 못하면 대학 입학도, 취업도, 간접적 연장선상에서 결혼도 어렵다. 아니 영어 못하면 결혼까지 어렵다니. 현재 한국 사회에서 영어는 강력한 권력이다.
이런 마당이니, 내 자식은 영어공부 신경 안 쓰고 자유롭게 저 하고 싶은 거 시킨다며 굳게 다짐한 부모도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영어교육 안 시키면 "아니 알만한 분이 왜 이렇게 애를 방치하셨어요"가 되고 만다. [Monaca님 블로그 : 2008년 부모의 현실] 그럼 학부모들은 또 어쩔 수 없이 아이 손 잡고 영어학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 학부모를 탓할 일이 아니다. 영어를 못하면 내 아이가 무시당하고 왕따까지 당한다는데. 부모라면 누구나 우리 애가 어디서 맞고 들어오면 속상한 법인데, 그게 내가 영어 안 가르쳐서 그렇다면 억장이 무너지는 것은 당연지사. 말하자면 우리네 영어교육 열풍은 이 거친 세상 풍파 속에서 내 애를 지키기 위한 부모들의 몸부림이다.
사회가 이렇다고 부모들이 떼지어 조기 영어교육에 투신하니 사태는 더욱 걷잡을 수 없어졌다. 아니 대체 그린반 옐로우반 블루반이 뭐냐고. 유치원에선 초록반 노랑반 파랑반이 정상 아냐? 햇님반 달님반 별님반이 정상 아니냐고. 나중에는 크레파스 라벨도 다 영어로 나오는거 아닌가 몰러.
이렇게 혼자 부르짖어 봤자 무슨 소용이 있나. 한국 사회는 영어에 미쳐 돌아가고, 한탄하는 내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나름 교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바, 요즘 정말 등골 휘는 소리 들리는 등록금 내면서 주경야독에 혼을 불사르고 있는 참이다. 절을 떠나고 싶어도 그놈의 기둥뿌리에 한 발 묶어놔서 오갈데도 없다. 그래, 나도 생각 같아서는 어디 다른 나라로 떠서 강 건너 불구경이나 하며 살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런데 오가다 문득 버스에서 짐짝 같은 가방을 끌어 안고서 꾸벅꾸벅 조는, 아마도 대학 진학률이 높은 학교에 가기 위해 위장전입을 했을 등이 굽은 교복 뒷모습을 보자면, 내가 하게 될 어느 날 어느 수업에서라도 그 애들에게 이건 너희들 잘못이 아니라고,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진다.
하고 많은 교사 중에도 영어교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영어는 너희 인생을 크게 좌우할 만큼 그리 대단한 게 아니며, 그렇지 않은 인생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뿐이다. 영어는 우리가 의사소통을 위해 사용해야 할 도구이거나, 더 나아간 사고를 할 수 있게 하는 수많은 디딤돌 중 하나임을 알려주는 것 뿐이다. 국어든 수학이든 사회든 미술이든 체육이든, 무슨 과목을 배우더라도, 중요한 것은 그 과목 자체의 기술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과목을 접하면서 한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조각들을 모아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어떻게 이 사회 안에서 살아가야 할지를 배우는 것이다.
공교육 붕괴와 영어교육 열풍의 한가운데서 살아갈 생각을 하니 사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내가 여기에 태어나서, 그 한 부분으로서 맡은 몫 만큼은 하고 싶다. 누군가 말했듯 그것이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곳이자, 나를 여기까지 키운 이 땅에 대한 예의일테다.
등식을 만들어보자.
Pretty girl = The girl is pretty.
World English = English is the world.
지나친 비약이라고? 결코 그렇지는 않을테다. 아마도 이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그 정도가 어떻든간에 이러한 등식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World와 English를 등치시키는 이 오만함은,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 타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재수없다. 그래, 너네 모국어가 영어라서 참 좋겠다.
그러나 요즘 한국 교육에서 영어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에게 영어가 그야말로 '세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임신기에 태교를 시작하면서부터 부모가 자녀의 교육에서 손 떼는 그 순간까지, 모든 자녀교육의 핵심에는 영어가 있다. 국어 못하면 이과 가고 수학 못하면 문가 가면 된다지만, 영어 못하면? 한국 땅에 설 자리가 없다. 심지어 초등학교에서도 영어 실력에 따라 반이 나뉘는 마당에, 영어 못하면 대학 입학도, 취업도, 간접적 연장선상에서 결혼도 어렵다. 아니 영어 못하면 결혼까지 어렵다니. 현재 한국 사회에서 영어는 강력한 권력이다.
이런 마당이니, 내 자식은 영어공부 신경 안 쓰고 자유롭게 저 하고 싶은 거 시킨다며 굳게 다짐한 부모도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영어교육 안 시키면 "아니 알만한 분이 왜 이렇게 애를 방치하셨어요"가 되고 만다. [Monaca님 블로그 : 2008년 부모의 현실] 그럼 학부모들은 또 어쩔 수 없이 아이 손 잡고 영어학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 학부모를 탓할 일이 아니다. 영어를 못하면 내 아이가 무시당하고 왕따까지 당한다는데. 부모라면 누구나 우리 애가 어디서 맞고 들어오면 속상한 법인데, 그게 내가 영어 안 가르쳐서 그렇다면 억장이 무너지는 것은 당연지사. 말하자면 우리네 영어교육 열풍은 이 거친 세상 풍파 속에서 내 애를 지키기 위한 부모들의 몸부림이다.
사회가 이렇다고 부모들이 떼지어 조기 영어교육에 투신하니 사태는 더욱 걷잡을 수 없어졌다. 아니 대체 그린반 옐로우반 블루반이 뭐냐고. 유치원에선 초록반 노랑반 파랑반이 정상 아냐? 햇님반 달님반 별님반이 정상 아니냐고. 나중에는 크레파스 라벨도 다 영어로 나오는거 아닌가 몰러.
이렇게 혼자 부르짖어 봤자 무슨 소용이 있나. 한국 사회는 영어에 미쳐 돌아가고, 한탄하는 내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나름 교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바, 요즘 정말 등골 휘는 소리 들리는 등록금 내면서 주경야독에 혼을 불사르고 있는 참이다. 절을 떠나고 싶어도 그놈의 기둥뿌리에 한 발 묶어놔서 오갈데도 없다. 그래, 나도 생각 같아서는 어디 다른 나라로 떠서 강 건너 불구경이나 하며 살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런데 오가다 문득 버스에서 짐짝 같은 가방을 끌어 안고서 꾸벅꾸벅 조는, 아마도 대학 진학률이 높은 학교에 가기 위해 위장전입을 했을 등이 굽은 교복 뒷모습을 보자면, 내가 하게 될 어느 날 어느 수업에서라도 그 애들에게 이건 너희들 잘못이 아니라고,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진다.
하고 많은 교사 중에도 영어교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영어는 너희 인생을 크게 좌우할 만큼 그리 대단한 게 아니며, 그렇지 않은 인생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뿐이다. 영어는 우리가 의사소통을 위해 사용해야 할 도구이거나, 더 나아간 사고를 할 수 있게 하는 수많은 디딤돌 중 하나임을 알려주는 것 뿐이다. 국어든 수학이든 사회든 미술이든 체육이든, 무슨 과목을 배우더라도, 중요한 것은 그 과목 자체의 기술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과목을 접하면서 한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조각들을 모아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어떻게 이 사회 안에서 살아가야 할지를 배우는 것이다.
공교육 붕괴와 영어교육 열풍의 한가운데서 살아갈 생각을 하니 사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내가 여기에 태어나서, 그 한 부분으로서 맡은 몫 만큼은 하고 싶다. 누군가 말했듯 그것이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곳이자, 나를 여기까지 키운 이 땅에 대한 예의일테다.
# by | 2008/03/17 15:58 | 트랙백 | 핑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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