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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선택

최근 일하고 있는 곳은 작은 사무실이다.
'사무실'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까닭은 이 사무실의 업종을 도무지 하나로 정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장님이 하고 계시는 사업은 내가 담당하고 있는 유학원 업무를 비롯하여, 여행 서비스, 요식업, 부동산 등 잡다하게 섞여 있다.
이쯤 되면 업종으로 뭉뚱그려 말할 수도 없으니 난처한 노릇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냥 '유학원'에서 일한다고 해둔다.

사장님이 이 오피스텔에 빌린 사무실은 꽤나 넓어서, 반절을 뚝 잘라 가슴께쯤 오는 파티션을 쳐놓고 이름 없는 모 인터넷 신문사에 세를 주었다.
그런데 이 인터넷 신문사라는 곳이 아주 가관이다.
오피스텔 내에서 다른 입주자들이 약간이라도 불만이 생길만한 행동을 하면, 쫓아가 고함지르고 따지고 인터넷에 확 기사로 올려버린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뿐만이 아니다.
그들이 돈을 버는 행태도 별반 다르지 않은 모양.
신문사에서는 기자증을 팔아서 돈을 벌고, 그렇게 기자증을 얻은 소위 기자란 사람들은 자유로워진 출입권한으로 기업 등의 불법행위를 찾아내어 협박해서 돈을 얻어내 신문사에 매달 얼마씩 상납을 한다.
또한 그를 빌미로 해 그 회사에서 광고도 가져온다.

세상에,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혹한 광경이올시다.

이런 걸 보고 있자면 돈을 벌어 먹고 산다는 게 무엇인지 가끔 알 수 없게 된다.
남보다 내가 더 많이 벌기를 바라고,
남보다 내가 더 빨리 승진하기를 바란다.
내가 더 많이 벌면 남은 그만큼 벌지 못하고,
내가 더 빨리 승진을 하면 남은 그만큼 승진하기 힘들다.

이 사무실에 다니면서, '사업'의 곁에 있으며 느낀 것은
나는 전혀 '사업'과는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 경쟁구도 안에 있는 것이 싫다.
남의 몫을 앗아 내 몫을 취해야 하는 그 전면에 나서기가 싫다.
비록 그것이 사실은 기만일지라도, 선의를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
내가 일을 잘 하면 잘 할수록 사회 구성원들이 행복해지는 그런 종류의 일을 하고 싶다.
내가 일을 잘 하면 옆 상점이 망하거나, 동료가 승진을 못하거나, 어느 나라에 미사일이 날아가는 그런 종류의 일은 하고 싶지 않다.

그런 점에서, 내가 교직을 선택한 것은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적어도 그 직업 자체에 임하면서는 선의를 가지고 일할 수 있을테니까.

소위 경쟁사회에서 부적응자일 수밖에 없는 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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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3.7)

덧.
며칠이 흐르고 곰곰이 생각해 봤다.
생각해 보니 나는 선의를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직장을 가지고 싶은 게 아니라 선의를 가지고 일해도 어느 정도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직장을 가지고 싶은거다. 기만적이다.

by 클로 | 2008/03/05 14:59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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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크림 at 2008/05/01 01:57
나는 그것이 기만적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선의를 가지고 일해도 어느 정도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직장을 가지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연관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에서 존엄성 갖기 참 힘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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